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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양요섭 합류로 더 열렬한 객석 반응…한파에도 뜨거운 뮤지컬 ‘그날들’

rania 2017. 2. 15. 11:54

 

이번엔 가수 겸 배우 양요섭이 합류했다. 새로운 시즌마다 눈에 띄는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뮤지컬 ‘그날들(연출 장유정)’이 이번에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경호원 ‘무영’ 역으로 양요섭을 발탁했다. 가수 故김광석의 노래가 그리워서일까 혹은 양요섭이 합류한 무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까. 한파로 뒤덮힌 추운 저녁에도 공연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작품은 김광석이 부른 노래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로, 2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날’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앞선 시즌에서 객석 점유율 90%라는 흥행력은 물론, 2013년 초연 당시 전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부문의 모든 상을 휩쓸면서 창작 뮤지컬계의 새 지평을 열었는 평을 받았다.
 

초·재연에 이어 지난해 8월 삼연을 성공적으로 올렸으며, 관객들이 보여준 사랑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4주간 앙코르 공연을 결정해 지난 7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새롭게 공연 중이다. 배우 유준상, 이건명, 민영기, 오만석, 오종혁, 송승원 등 삼연에 함께했던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양요섭이 합류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앞서 양요섭은 뮤지컬 ‘광화문 연가’ ‘요셉 어메이징’ ‘풀 하우스’ 등 다수의 작품으로 배우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는 첫 무대를 마친 후 “좋은 작품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까지 좋은 기분으로 잘 해내도록 하겠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무대 위 양요섭은 경호원 제복과 양복이 잘 어울리는 무영 그 자체였다. 그는 다부진 몸매를 뽐내며 경호원 훈련 장면을 완벽히 소화해냈고, 딱딱한 군대식 말투와 절도 있는 동작도 어색함 없이 연기했다. 또한 “너는 무슨 별자리인데?”라는 질문에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나는 네 앞자리”라고 답하는 등 동기인 정학과 둘만 있는 공간에서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변해 ‘무영’이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캐릭터임을 제대로 전달했다.

 

성공한 창작 뮤지컬로서 이미 궤도에 오른 ‘그날들’은 다양한 노력으로 관객을 무대에 집중시킨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무대를 가득 채운 산과 나무의 시각 영상이 단번에 눈길을 끈다. 새로운 공간이 등장할 때마다 여러 겹으로 늘어선 긴 줄에 영상을 투영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레이저와 같은 특수 효과, 경호원들의 아크로바틱과 무술을 넘나드는 화려한 안무 등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김광석의 익숙한 노래로 채워진 작품이지만 귀로 전해지는 느낌은 색다르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만나면서 곡들이 전반적으로 웅장하게 변했다. 특유의 감성적인 느낌이 사라진 것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김광석의 음악을 새롭게 즐길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그날들’ 등의 일부 명곡은 원곡의 감성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작품은 2막으로 갈수록 밝혀지는 진실을 추리하면서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그에 대한 위로를 전한다. 약 160분이라는 꽤 긴 러닝 타임 때문에 진실에 다가가기까지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볼거리로 시선을 잡아끄는 극에 집중하다 보면 진실과 마주하는 시간은 금방 다가온다. 내달 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