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양요섭 부모 운영하는 냉면집 찾았다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에 하루 종일 한 냉면집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한 라디오방송에서 비스트가 해당 냉면집을 거론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인데 그곳은 이미 팬들 사이에선 성지나 다름없는, 양요섭 부모님의 가게다.
공교롭게도 이번 달 인터뷰할 스타의 부모로 점 찍어둔 분이 바로 양요섭의 부모님이었던 터라 곧장 그 냉면집을 찾아갔다. 석계역 인근에 위치한 그곳은 아담하고 소박한, 여느 동네식당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오후 4시. 점심을 먹기도 그렇다고 저녁을 먹기도 애매한 그 시간부터 10개 테이블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손님들도 특별했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여중생들이 있는가 하면 혼자 앉아 냉면을 먹는 일본인까지 한눈에 봐도 비스트의 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가게 문을 나설라치면 한 여성이 문 앞까지 마중을 나가 “잘 가, 애기야. 와줘서 고마워”라며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흰 바지에 노란 블라우스를 입은 그 여성은 한눈에도 양요섭과 꼭 닮아 있었다. 바로 어머니 김기연씨였다.
▲ 양요섭 부모님이 11년째 해온 냉면가게. 양요섭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방송에 잠깐 얼굴을 비춘 양요섭의 부모님.
어머니에게 아들은 여전히 ‘애기’
“아. 기자셨어요?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운데, 제가 인터뷰할 입장이 아니에요. 한 번 방송에 나간 적이 있는데 영 부담스럽더라고. 그냥 냉면 드시러 오시는 건 언제든 환영인데 인터뷰는 안 돼요(웃음).” 분명 기분 좋은 거절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약해 탈이라던 어머니는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무척 난처해하면서 아들 이야기를 짤막짤막하게 들려주었다.
대화의 물꼬가 터진 건 어머니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신발장 앞에서 통화를 하던 어머니의 입에선 ‘아들’ ,‘계좌번호’, ‘중국’ 등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아 그거요. 내가 큰애(양요섭 누나)랑 중국에 갈 일이 있는데, 요섭이가 경비를 좀 보태겠다고 해서 계좌번호 하나 부른 거예요. 아빠 모르게 달라고 했죠(웃음). 요섭이는 아직까지 돈을 잘 몰라서 수입은 전부 우리한테 맡기는데 그것 외에 또 조금씩 들어오는 돈이 있나 보더라고요.” 아들 얘기에 블라우스 색깔만큼이나 얼굴이 환하게 빛나던 어머니. 그녀는 아직도 아들을 ‘애기’라고 부른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 탓에 자주 보지는 못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오는 살가운 아들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어릴 적부터 몸이 재빨랐고, 한 가지에 꽂히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 있는 ‘애기’가 또 양요섭이었다고.
한편으로 어머니는 아들이 이만큼 성공한 게 대견하면서도 부모로서 크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 같아 늘 미안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나’ 생각했던 것도, 스스로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도 그저 한때의 치기 정도로 치부했던 것도 돌이켜보면 다 마음에 걸린다는 것.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한 양요섭은 라디의 <엄마>란 노래를 부르면서 가수 데뷔를 반대하던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던 사연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2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던 양요섭은 데뷔까지 6~7년이란 세월을 견디는 동안 소속사에서 방출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실패를 실패로 단정 짓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한 뒤 다시 힘을 내 도전하곤 했다고.
그 긍정의 결과는 모두가 다 아는 그대로다. 그의 낙천적인 성격은 어쩐지 어머니를 많이 닮은 듯했다. 점원들과 만두를 빚을 때도, 냉면 쟁반을 내올 때도, 가게를 나서는 소녀 팬들의 등을 토닥일 때도 어머니는 계속 웃는 얼굴이었다.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모전자전, 부전자전
식당 뒤편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닦고 있던 양요섭의 아버지는 “이제 쉬셔도 되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허허 웃기만 하다 입을 열었다. “아들은 아들이고 우린 또 우리죠. 11년째 해온 식당인데요. 개업할 때 요섭이도 같이 전단지 돌려주고 그랬어요. 우리 가게가 꼭 요섭이 때문에 바쁜 건 아니고 원래부터 찾아오시는 손님이 꽤 있었어요. 그게 좋아서 하는 일인데 계속해야죠.”
사진촬영에 응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어머니, 치과치료를 받아 얘기를 오래 할 수 없어 미안하다던 아버지. 각각 다른 날에 따로 만나 뵌 두 분은 약속이나 한 듯 친절하게 가게 밖까지 나와 기자를 배웅했다. 문전박대까지 각오하고 갔으니 생각도 못한 환대를 받은 셈이다. 감기에 걸린 멤버를 대신해 창가 쪽 자리에서 잠을 청하는가 하면 가출한 중학생을 타일러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는 양요섭. 그의 따뜻한 천성이 누구를 닮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