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비스트표 발라드라 불리는 곡들은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비스트를 현존하는 남성 아이돌그룹 중 독보적인 위치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런 열광적인 반응 때문 인걸까, 비스트는 지난 20일 발매한 스페셜 미니 7집 앨범 '타임'을 감성적인 '발라드'로 채우며 전면 승부에 도전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12시 30분'은 헤어진 연인의 이별 후 그립고 안타까운 마음을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는 시침과 분침으로 묘사해 가사로 표현했다. '지금 우린 마치 12시 30분의 시곗바늘처럼 서로 등 돌리고 다른 곳을 보고 모든 걸 버리려고 하잖아' '우릴 따라 흘러가던 시간도 멈췄나봐' '우리라기보단 이젠 너와 내가 됐나 봐' 등의 색다른 시각의 노랫말은 감정을 넘어 서정적인 운율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무엇보다 발라드에서 강점을 보이는 양요섭의 목소리는 '12시 30분'의 높은 고음에서도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더욱 애절한 감성을 전달한다. 메인보컬 양요섭의 위치가 노래 전반의 흐름을 잡고 있는 것이라면 나머지 멤버들 장현승, 이기광, 손동운의 각기 다른 독특한 보이스 컬러는 의외의 하모니를 이루며 듣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랩을 전담하고 있는 윤두준, 용준형 또한 낮게 읊조리는 가사에 슬픈 감성이 묻어나며 곡의 색을 확실하게 책임진다.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 한 용준형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 도중 이런 여섯 멤버들의 여섯 색에 대해 "장르에 제약이 없다"며 "특히 감성적인 부분들이 가장 멋있다"라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비슷한 창법도, 보이스도 없는 멤버들의 개성은 각자 팀과 음악에서 확실한 포지션으로 안착됐다. 이런 상황에서 비스트는 잔잔한 곡일 수록 단단한 내공을 쌓아갔다. 용준형은 "이런 부분이 댄스곡이나 화려한 편곡에서는 잘 느낄 수 없다"며 "확실히 발라드에서 목소리가 부각되기 때문에 더 다이내믹하다"고 비스트표 발라드의 강점을 귀띔했다.
이와 함께 비스트는 타이틀곡 '12시 30분'은 멤버들의 서정적인 목소리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를 예고했다. 20일 앨범 발매와 동시에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후반부에서는 '12시 30분'의 대표 안무가 살짝 드러나며 이들의 무대가 한껏 더 성장했음을 알렸다. '12시 30분'이라는 타이틀곡명처럼 초침처럼 쪼개져 있는 안무는 다소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로 감성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것이라는 기대다.
비스트가 내놓은 이번 앨범 '타임'의 분위기는 성숙함이다. 여섯 트랙에 걸쳐 이어지는 감성은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불과 지난 6월에 '굳럭'을 발매하고 활동 기간 중 11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성과를 이룬 만큼 가을에 딱 맞는 곡을 들고 나온 것은 비스트의 철저한 '계획'이었다. 여기에 데뷔 5년이라는 특별한 시기도 한 몫을 더했다.
지난 8월 콘서트 도중 양요섭의 "가을에 앨범을 내고 싶다"는 말이 도화선으로 작용하며 부랴부랴 작업한 이번 앨범은 급히 진행됐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비스트의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음악적 능력을 뽐냈던 용준형이 그의 파트너 김태주와 Good Life라는 프로듀싱 을 결성하며 만들어 낸 첫 앨범이자 이기광이 마지막 트랙 '소 핫'을 작사 작곡하며 온전히 비스트의 앨범이 탄생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색이 뚜렷한 여섯 명의 멤버들이 각자의 포지션을 단단히 자리 잡고 '하나의 팀'이 된 결과물은 비로소 이번 앨범 '타임'으로 모아졌다. 비스트는 데뷔 이후 가장 다이내믹하고 가장 '비스트스러운' 발라드와 앨범을 세상에 내놨다. 그 결과는 쟁쟁한 선배가수들을 제치고 발매 직후 온라인 음원사이트 차트 상위권에 위치하며 그 저력을 입증했다.
남아이돌이라는 수식어 아래 떠올릴 수 있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댄스곡이 비스트를 만든 기본적인 음악이라면 이들의 목소리가 완벽한 합을 이뤄내며 마음을 울리는 발라드는 비스트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또 다른 가능성이다. 가능성으로 점쳐진 비스트표 발라드를 믿고 듣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