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하이라이트의 양요섭은 지난 5월 14일 네이버 V라이브에서 솔로 콘서트 개최 소식을 처음 알린 뒤 한 달 동안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했다. 오후 11시에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이 끝나면 어김없이 연습실로 향해 그곳에서 새벽을 지새웠다. 양요섭은 이번 콘서트를 팬들이 ‘선물’로 느끼길 바랐다. 그리고 그 마음을 ‘오늘 하루’에 담아 불렀다. “너 없이는 완성되지 않았을 그 순간이 바로 오늘인 걸”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양요섭이 준비한 선물은 관객들로 완성됐다. 지난 16~17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양요섭의 솔로 콘서트 ‘백(白)’이 열렸다.

2009년 데뷔해 벌써 10년 차 가수가 됐지만 양요섭은 무대에 오르기 전 많이 떨렸다고 했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단다. 그의 긴장을 풀어준 건 팬들이었다. 양요섭은 “첫 곡을 부르면서 여러분들을 마주했을 때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분이 소리를 질러주시니까 (긴장한 게) 괜찮아진다”고 했다. 그의 말에 공연장은 다시 한 번 커다란 함성으로 뒤덮였다.

 

 

지난 2월 발매된 두 번째 솔로 미니음반 ‘백’의 수록곡 ‘별’로 공연을 시작한 양요섭은 ‘위로’ ‘오늘 하루’ ‘마음’ 등 잔잔한 발라드 노래로 천천히 분위기를 달궜다. 양요섭의 목소리는 콘서트 제목처럼 흰 도화지 같았다. 그려 넣는 노래마다 색깔을 달리 했다. 단단한 저음은 공연장을 넓게 채웠고 특유의 미성은 공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툭’이나 ‘돈 들어오면’에선 펑키하고 흥겨운 음악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정성 들인 편곡이 빛났다. 양요섭은 모든 곡을 밴드의 연주와 함께 들려줬다. 발라드 곡에서는 우아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따뜻한 피아노 연주가 더해졌다. 무대 곳곳을 누비며 ‘그대는 모르죠’를 부를 땐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록스타처럼 보였다. 속도감 있게 쏟아지는 드럼 연주와 화려한 피아노 선율은 양요섭의 목소리와 좋은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과감한 선곡도 돋보였다. 슬로우 템포의 재즈곡 ‘그래도 나는’은 공연에 세련미를 더했고, 피아노 한 대에 의지해 부른 ‘시작’은 수천 명의 관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드라마 OST나 그룹 히트곡 대신 자신의 솔로 음반 수록곡으로 셋리스트를 채운 데에서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소신이 느껴졌다.

 

 

MBC FM4U ‘꿈꾸는 라디오’에서 DJ로도 활약하고 있는 양요섭은 이날 미리 받은 팬들의 사연을 읽어주고 특별한 노래를 선물했다. 예정돼 있던 밴드 이브의 ‘아스피린’과 가수 성시경의 ‘두 사람’ 외에도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와 함께 부른 ‘러브 데이(LOVE DAY)’, 라디의 ‘엄마’를 즉석에서 선곡해 무반주로 불렀다. 공연이 열린 평화의 전당은 4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양요섭은 소극장 공연처럼 느껴질 만큼 가까이에서 팬들과 소통했다. 코너를 마친 그는 “나 역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솔로 콘서트를 연 양요섭은 “‘이 좋은 걸 왜 그동안 안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다.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할 거니까 여러분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해 환호를 얻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신을 떠올려달라며 “내가 위로해주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가까운 사람에게 소홀해지기 쉽잖아요. 앞으로는 그 분들에게 표현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조금만 이야기할게요. 제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멤버들, 누구보다 이곳을 가득 메워주신 팬 여러분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노래를 할 수 있을까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하는 마음으로 노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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